2006년도 10월 즈음 소프트볼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KBO가 협찬하고 한국T볼 협회가 주관하는 전국대학 여자 T볼대회에 나의 모교를 출전시키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나는 흔쾌히 응했다. 조건도 좋았다.
T볼 연습을 할 수 있게 장비 일체를 출전 학교에 보조해준다 하니 지원도 없이 아이들의 회비나 다른 스포츠 대회에 나가 타온 상금으로 소프트볼 대회를 참여하는 우리 동생들에겐 이만한 대우가 어디있겠나 싶었다.
나 역시 T대에 공을 올려 놓고 스윙 연습을 했고, 그 연습은 초보자에게 무척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을 알고 있기에 이 대회 후에도 장비의 쓰임새는 매우 요긴할 것으로 생각했다.
후배들에게도 T볼 대회의 취지와 나의 바램을 알리고 대회에 참여토록 했다.
지금 후배들은 스스로 07년도 두 번째 대회도 참여하는 등 T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번 07년도 11월 게임에는 전국 교대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열렸다.
나는 속으로 티볼 협회가 머리를 잘 쓴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전국체전에서 진주교대가 경남 대표로 소프트볼 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경기의 승패 이전에 교대생들의 대회 직접 참여는 잠재된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생각했고 기뻤다.
중학 체육 교과서에 몇 페이지나 할애하여 학교 체육으로 자랑스럽게 소개된 소프트볼은 체육과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은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전혀 보지 않았거나, 해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장비의 미비로 그냥 다른 운동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음으로 알고 있다.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치고, 받고, 던지고, 달리는 교육을 받았다.
발야구를 중학교 때 경험한 우리로서는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다 갖춘 장비는 땅덩이가 미국과 비교되지 않은 우리 학교 체육에서는 큰 의미가 될 수 없다.
고등학교 때의 우리도 지금의 대형 마트에서 아이들 갖고 놀라고 엄격한 제조 규칙을 적용한 것 같지 않은, 이름만 배트인 방망이로 체력장에 쓰였던 던지기 공을 치고, 신발 주머니 4개를 놓고 또는 주전자로 베이스가 있을만한 거리에 크게 원을 그려 놓고 재미있게 뛰었다.
체육 선생님이 야구? 소프트볼?로 우리에게 소개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이러한 학교 체육 경험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T볼 장비는 간편하고, 부담스럽지 않고, 날아오는 공 역시 전혀 아프지 않기 때문에 ''''아나 공''''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T볼이 어린애만 하는 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아이들을 겨냥하며 고안된 게임은 맞다. 안전의 측면과 야구나 소프트볼같은 훈련하지 않으면 다치기 십상인 종목 이전에 친숙하게 다가가라고 비슷한 형식으로 고안된 것이다. 나중에 더 크면 야구, 소프트볼에 빨리 적응하라는 의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의 측면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보면 던지고, 치고, 받고, 달리는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어른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구나 교대생들은 장차 수많은 어린이들의 스승이 될 사람들인데 이들을 겨냥한 티볼 협회, KBO의 움직임이 마냥 부럽다.
20여 년을 버텨온 소프트볼이 저변 확대가 아직도 안되어 있는 현실을 볼 때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야구와 오빠, 여동생이 될 만큼 친할 수 있는 관계가 될 만도 한데 그 연계가 맺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유럽 쪽은 물론 다른 지역 국가보다 이 종목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지만 소프트볼과 야구가 함께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을 많이 봤다).
80년 대 중반, 90년 대 초반의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서 일까? 야구는 남자가 하고, 소프트볼은 여자만 한다는 그런 발상이 팽배했기에? 아니면 미래 지향적이지 못해서? 아니면 빈약한 정보가? 그래도 초기에는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 우리 대표선수들이 시범 게임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시도조차 없다.
더구나 여자 야구까지 생겨 소프트볼을 중도 하차했던 아이들, 학교 지원이 없어 운동을 못하는 아이들도 그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여자 야구와 소프트볼의 연계?
이렇다 할 기술 확립과 국제적 대회 성과도 없이 손을 맞잡고 협력한다는 것은 소프트볼에서는 굉장한 마이너스이다. 소프트볼에서는 야구로 갈 수 있지만 야구에서는 아직은 올 수 없다.
결국은 소프트볼의 손해다. 현재로서는 득 될게 없다.
야구도 하고 소프트볼도 하고? 이것은 학교를 다 졸업하고 나서의 이야기다.
학교 선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한 이들의 방향을 정립해 줄 지도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없는 선수 더욱 없게 하지 말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다시 원점으로~~~
이번 T볼 대회에 심판으로 처음 참여했다.
국내에 얼마없는 여자 심판의 이점이다.
T볼이 대중과 가깝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회인 여자 야구 심판 중 소프트볼과 무관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 점은 소프트볼을 한 사람으로써 자랑스러운 점이기도 하다.